만남과 인연
만남이란 쉽게 만들어지지만 도리를 지켜가면서 만남을 기쁨으로 음미하기엔 난관이 많지요.
모든 것이 내 탓이라면 아름다운 용서가 될 테지만 소유하고 싶은 욕망과 자존심을 버리지 못해 허영의 잠재의식으로 치장한 모습에 상처 입지 않으려고 다투게 되지요.
새로운 것은 흥미가 있어 요모조모 살펴가는 재미가 있고 오랜 것은 그 동안 먼지 닦아내던 손이 깃들어 소중한데 간사한 사람은 싫증 느끼며 흠집을 용서하지 못해 진실을 외면한 채 조명 빛에 착시된 새것을 찾아 헤매지요.
만남은 인연이 아닙니다. 천 번을 만나도 교감이 없으면 인연이라 할 수 없고 원하는 뜻 헤아려주는 정이 종착에 이르면 아무런 원망없이 못내 아쉬움에 그리워하는 것이 인연입니다.
사제지간(師第之間) 연인지간(戀人之間) 친구지간(親舊之間) 부부지간(夫婦之間) 인연인 듯 하였다가 세월 지나 인연이 될 수 없었다고 한다면 업으로 만나 또 하나의 업을 쌓을 것일 뿐입니다.
우연이던 필연이던 간에 만남이 되었다면 인내할 줄 모르고 용서할 줄 모르면 애당초 인연이라 하지 말고 만남의 기쁨만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다 편안한 세월 여러 해 지나 손짓 없는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게 될 때 소식 멀어도 가까이 있다고 느낌 있을 때 그때야 인연인가보다 생각을 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만남은 첫 단추를 낀 것에 불과합니다. 모양새 안 좋으면 첫 단추를 잘못 낀 것을 얼마만큼 일찍 알아차리느냐에 따라 흉한 모습을 노출한 괴로움이 작고 클 뿐입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만남 중에 유달리 사연 깊은 만남이 있었다 헤어졌다면 그것은 단지 서툰 판단에 영문 모르고 흘려 보낸 세월 속의 흔적이지 인연이라 할 수 없으니 스쳐 지나간 뒷모습처럼 잊어 버리는 게 마지막 인연을 위해 내가 살아가기 위한 몸짓입니다.
만남을 인연으로 만들기엔 순간의 나태와 방심이 없어야 하고 한 톨의 어리석음도 없어야 합니다.
나 만을 위한 인연은 없습니다. 서로가 제자리에서 서로를 지켜주는 만남이 인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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