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깨달음에는 사랑의 이론보다 앞섭니다

박남량 narciso 2015. 3. 19. 12:23

 



깨달음에는 사랑의 이론보다 앞섭니다



              여든두 살의 아버지와 쉰둘의 아들이
              거실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그때 참새 한 마리가 창가에 날아 와 앉았습니다.

              노인이 묻습니다.
              『저게 뭐냐?』

              아들은 다정하게 말합니다.
              『참새예요. 아버지.』


              조금 뒤 아버지는 다시 묻습니다.
              『저게 뭐냐?』


              아들이 말합니다.
              『참새라니까요.』


              한참 있다가 노인은 또 묻습니다.
              『저게 무엇이냐?』


              아들은 짜증을 냅니다.
              『글쎄, 참새라니까요.』


              조금 았더니 아버지는 또 묻습니다.
              네 번째 물음입니다.
              『저게 뭐냐?』


              아들은 그만 언성을 높입니다.
              『참새라고요! 왜 자꾸 같은 질문을 반복하세요.』


              한참 뒤였습니다. 아버지는 방에 들어가
              때 묻고 찢어진 일기장을 들고 왔습니다.

              한쪽을 펴더니 아들에게 읽어보라고 합니다.
              아들이 읽습니다. 거기에는
              자신이 세 살이었을 때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참새 한 마리가 창가에 날아와 앉았다.
              어린 아들은 '저게 뭐냐?' 하고 믈었다.
              나는 참새라고 말했다.
              그런데 아들은 연거푸 스무 번을 똑같이 물었다.
              아들을 안아주며 끝까지 다정하게 말했다.
              참새라고.
              같은 답을 스무 번 해도 즐거웠다.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는 아들이 사랑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