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가요 가시리 와 여인의 이별과 인고의 여심
고려 가요 또는 고려속요라고 하는데 속요(俗謠)라는 명칭은 경기체가와 더불어 고려시대 가요의 주요한 몫을 차지하는 노래들이다. 속요는 작가가 대부분 알려져 있지 않으며 기존의 민요를 궁중무악으로 수용한 데서 기인된다. 가시리 라는 고려속요는 시용향악보에 실린 귀호곡(歸乎曲)이라 하며 사랑하는 님을 보내는 여인의 애절한 마음을 읊은 노래로 이별가이다.
가시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시리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난 바리고 가시리잇고 나난 위 증즐가 大平盛代(대평셩대)
날러는 엇디 살라 하고 바리고 가시리잇고 나난 위 증즐가 大平盛代(대평셩대)
잡사와 두어리마나난 선하면 아니 올셰라 위 증즐가 大平盛代(대평셩대)
셜온 님 보내압노니 나난 가시난 닷 도셔 오쇼셔 나난 위 증즐가 大平盛代(대평셩대)
(현대어 풀이) 가시렵니까. 가시렵니까. 나를 버리고 가시렵니까? (起)-뜻밖의 이별에 대한 원망적 애소
나는 어찌 살라하고 버리고 가시렵니까? (承)-하소연과 슬픔의 고조
붙잡아 두고 싶지마는 서운하면 아니올까 두렵습니다. (轉)-감정의 절제와 체념
서러운 임을 보내옵나니 가시는 것처럼 돌아서서 오십시오 (結)-이별 후의 소망과 기원
위 증즐가 대평성대는 후렴구이며 의미없는 여음구로서 악기의 의성어로 구전되어 오다 궁중의 악곡으로 악률에 맞추기 위해 삽입된 여음이다.
고려가요 가시리의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연에는 이별의 안타까움을 둘째연에는 절박한 심정을 셋째연에는 절제와 체념을 넷째연에는 인고와 순종의 여심을 서정적이며 전통적인 정한을 읊고 있다. 임을 떠나 보내는 연인의 이별의 아픔과 절망의 마음 그리고 슬픔을 다 드러내지 않고 간결하면서도 절제된 것은 인고와 순종을 미덕으로 삼는 자기희생과 감정의 절제로 재회를 기약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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