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캐꽃 / 이용악 꽃시 오 랑 캐 꽃 이 용 악 아낙도 우두머리도 돌볼사이 없이 갔단다 도래샘도 띳집도 버리도 강건너로 쫓겨 갔단다 고려 장군님 무지무지 쳐들어와 오랑캐는 가랑잎처럼 굴러갔단다 구름이 모여 골짝 골짝을 구름이 흘러 백년이 몇 백년이 뒤를 이어 흘러갔다 너는 오랑캐의 피 한방울 받지 않았건만 오랑.. 꽃시 사랑 2010.03.31
수선화 / 이병기 꽃시조 수 선 화 이 병 기 풍지(風紙)에 바람 일고 구들은 얼음이다. 조그만 책상(冊床) 하나 무릎 앞에 놓아두고 그 위엔 한두 숭어리 피어나는 수선화(水仙花) 투술한 전복 껍질 바로 달아 등에 대고 따뜻한 볕을 지고 누워 있는 해형수선 서리고 잠들던 잎도 굽이굽이 펴이네. 등(燈)에 비친 모양 더욱이 연연.. 꽃시 사랑 2010.03.05
십자나무꽃 / 이해인 꽃시 십자나무 꽃 이해인 괴로운 당신을 위로할 방법을 찾지 못해 그저 울기만 하였습니다 아무 대책이 없더라도 조금이나마 당신을 돕고 싶었습니다 이젠 좀 쉬시라고 제가 대신 아파드리겠다고 고백하고 싶었습니다 그 말 하기도 전에 당신은 말씀하셨지요? "참으로 고맙다 네 마음 오래도록 기억할게! .. 꽃시 사랑 2010.02.03
금낭화 / 김정호 꽃시 금낭화 김정호(美石) 떠난 님 그리워 하다가 속살 툭하고 터져 버렸네 서러워 고개 들지 못해 그렁그렁 맺힌 눈물 소리내 울지 못하고 고운 자태 흐트러질까 옷고름으로 눈물 훔치네 커다란 눈물주머니에 남몰래 밤 새워 퍼 담은 붉은 바다 꽃잎을 스치는 작은 바람에도 파르르 떠는 저 처절하도록 맑.. 꽃시 사랑 2010.01.15
금낭화 / 권오은 꽃시 금낭화 권오은 누가 이런 꽃 본적 있나요 초가집 장독대 모서리 넓은 잎파랑이, 긴 줄기에 피지 않은 꽃 본적이 있나요 활짝 핀 꽃 되고 싶어 인내로 대롱이며 매달린 담홍색깔의 꽃들을 본적은 있는지요 투명하고 가녀린 목에 수줍음을 동정으로 숨긴 시골처녀 같은 꽃을 본적도 있으신지요 내일이면.. 꽃시 사랑 2010.01.13
자귀나무꽃 / 홍해리 꽃시 자귀나무꽃 홍해리(洪海里) 세모시 물항라 치마 저고리 꽃부채 펼쳐들어 햇빛 가리고 단내 날 듯 단내 날 듯 돌아가는 산모롱이 산그늘 뉘엿뉘엿 섧운 저녁답 살비치는 속살 내음 세모시 물항리. 꽃시 사랑 2010.01.11
갈대 / 신경림 꽃시 갈 대 신 경 림 언제 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 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꽃시 사랑 2009.11.27
앵두 / 홍해리 꽃시 앵두 홍해리(洪海里) 보석 같은 한 알의 씨앗 저 고운 살 속에 묻고. 오만간장 녹아내려 들개도 옆구리에 날개가 돋는 오, 유월의 입술이여! 네 앞에서는 목이 말라 풀물들도록 선연한 풀물들도록 차라리 풀밭에 뒹굴까 보다. 쟁쟁쟁 빛나는 햇살과 저 푸른 산의 당당함 아래 우리들 사는 일도 물이 오.. 꽃시 사랑 2009.11.03
패랭이꽃 / 박유동 꽃시 패랭이꽃 박유동 패랭이꽃! 패랭이꽃! 너의 아름다운 이름 벌써 알았고 나의 시에도 많이 노래했었지만 오늘 시골 논두렁에서 정작처음 본다네 깊은 산 수풀 속에도 너는 피었으련만 요렇게 작디작았으니 미처 못 봤구나 바람에 한들한들 보라색 패랭이꽃 어쩐지 애잔한 너를 보니 섧기만 한데 내가 .. 꽃시 사랑 2009.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