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 성흥영 나팔꽃 성 흥 영 나팔꽃은 땅위에서 피지 않는다 구름에 가린 달빛과 별빛 속에서 건달바(乾達婆)처럼 하늘을 노래하며 견우처럼 사랑을 찾아 오작교를 타고 내려온다 입추 아침에 홍자빛갈에 흰 테두리 두른 활짝 핀 스물네송이 별을 따먹고 일겁 동안 사는 하늘 꽃 상처받고 버림받은 .. 꽃시 사랑 2015.02.28
맨드라미 / 전병철 꽃시 맨드라미 전 병 철 붉은 볏 치켜들고 무엇을 받으려나 어제까지만 해도 수탉의 머리 위에서 자랑스럽게 뽐내며 앉았더니 어느새 땅 속에 뿌리 심어 놓고 소리치고 있느냐 무엇이 먹고 싶어 치켜든 고개 도무지 숙일 줄 모르는지 얼마나 욕심이 있으면 하늘이 셔터 내린 간 밤에 깨알같이 박혀 있던 별.. 꽃시 사랑 2011.03.16
라일락 꽃 / 박인걸 라일락 꽃 박 인 걸 사랑의 시련을 가슴에 안고 애절한 눈빛으로 연한 바람에도 하늘거리며 눈물을 펑펑 쏟는 여인아. 아무에게도 말 할 수 없는 고통이 머리끝 까지 차올라도 위로해 줄 사람이 없어 처연한 몸짓이 더욱 가엽구나. 시퍼렇게 멍든 가슴이 숨 쉴 때마다 呻吟이 되어 보랏빛 아픔을 토하.. 꽃시 사랑 2010.11.03
개망초 꽃 / 박인걸 꽃시 개망초 꽃 박 인 걸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존귀한 위치에 있지 못해도 버리진 땅을 점령하며 소박하게 피는 꽃 존재에 대한 불평이나 모양에 대한 열등감도 없이 자기들 모습 그대로 종족의 영역을 넓혀가는 탁월한 색상을 뽐내거나 흥건한 향을 내 뿜어 벌 나비들 주목받지 못해도 유월 햇살에 밝게 .. 꽃시 사랑 2010.07.09
살구꽃 / 오경옥 꽃시 살 구 꽃 오 경 옥 서리서리 휘돌던 골목길에 기다리던 손짓인가 살가운 봄바람 느스러진 마음에 안으면 봉곳봉곳 잠든 아이의 새근거린 입술 살포시 입을 맞추면 은은한 연분홍 물들여진 마음 마알간 네 얼굴 온 동리 휘도는 서글서글한 눈빛 꽃시 사랑 2010.06.02
수선화 / 이병기 꽃시조 수 선 화 이 병 기 풍지(風紙)에 바람 일고 구들은 얼음이다. 조그만 책상(冊床) 하나 무릎 앞에 놓아두고 그 위엔 한두 숭어리 피어나는 수선화(水仙花) 투술한 전복 껍질 바로 달아 등에 대고 따뜻한 볕을 지고 누워 있는 해형수선 서리고 잠들던 잎도 굽이굽이 펴이네. 등(燈)에 비친 모양 더욱이 연연.. 꽃시 사랑 2010.03.05
십자나무꽃 / 이해인 꽃시 십자나무 꽃 이해인 괴로운 당신을 위로할 방법을 찾지 못해 그저 울기만 하였습니다 아무 대책이 없더라도 조금이나마 당신을 돕고 싶었습니다 이젠 좀 쉬시라고 제가 대신 아파드리겠다고 고백하고 싶었습니다 그 말 하기도 전에 당신은 말씀하셨지요? "참으로 고맙다 네 마음 오래도록 기억할게! .. 꽃시 사랑 2010.02.03
해바라기 / 유응교 꽃시 해바라기 유 응 교 저토록 바라만 보다가 바라만 보다가 눈이 먼들 어떠리. 저토록 사랑만 주다가 사랑만 주다가 가슴이 탄들 어떠리. 너는 평생 동안 누구를 향하여 그토록 바라만 본적이 있었느냐 그토록 사랑을 준 적이 있었더냐. 꽃시 사랑 2009.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