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상사화 허광빈 전생의 연분, 꽃시절 긴 목 대궁으로 빼어들고 선연한 주홍빛 속내로만 끓는 그리움 붉은 울음 산천을 목 노아 물들이고 땅 밑에서 사랑잎 틔우는 아름다운 기다림 꽃대궁 속으로 한숨 몰아쉬며 여섯닢 실핏줄을 후후 불어 주고 있었다 연푸른 속살 독백으로 이겨내며 붉.. 꽃시 사랑 2014.07.26
조팝꽃 조 팝 꽃 박 인 걸 보릿고개 힘든 고개 밥 한 그릇 그립던 시절 소복하게 피어난 꽃 조밥이라 불렀다던가. 봄비 그친 언덕위로 구름 사이 햇살 받으며 눈부시게 피어난 꽃아 作名의 아픔을 혹여 하는가 고픈 배를 움켜잡고 치마끈을 졸라매며 조밭에 엎드려 가리지를 솎던 가녈픈 어머니.. 꽃시 사랑 2014.06.24
등칡꽃 / 강영은 꽃시 등칡꽃 강영은 느릅나무 둥치를 타고 오르는 등칡의 꼬부라진 음계는 벌레의 귀만 길어 올리네 깊은 우물의 고요는 들리는 귀에겐 커다란 파문파문 지는 꽃 중심 향해 딱정벌레 한 마리 제 몸의 바깥을 들이 미네 들어 갈수록 깊어지는 음역을 향해 안팍을 전복시킨 딱정벌레 트럼펫처럼.. 꽃시 사랑 2012.06.04
동백(冬柏) / 서봉석 꽃시 동백(冬柏) 서봉석 예쁘다고 하니 신명났나 엄 동지섣달 찬 눈밭도 맨 발로 마구 걸어서 산 하나 가득 뭋힌 빨간 발자국 신 새벽 조는 별빛으로 더듬 더듬 보아도 아직도 환한 기척 그냥 그 기다림이려니 미처 저물지 못하고 어둠에 더듬더듬 살펴도 고 계집애 입술같이 쫄깃쫄깃.. 꽃시 사랑 2011.10.29
인동초 / 곽병술 꽃시 인동초 곽병술 샛노란 꽃대궁에 분홍 치마 저고리 날리며 넌지시 봄을 손짓하는 네 마음 곱기도 하구나 오늘을 꽃피우기 위해 매서운 설한풍에 얼마나 시달려 심장도 얼었을 터인데 인고의 보람 있어 순정의 꽃 곱기도 하다. 보슬비에 촉촉이 젖는 네 모습에 오가는 사람들 정겹고 검던 하늘도 환히 .. 꽃시 사랑 2011.04.28
나팔꽃 / 나태주 꽃시 나팔꽃 나태주 담벼락 가파른 절벽을 벌벌 떨며 기어올라간 나팔꽃의 덩굴손이 꽃을 피웠다 눈부시다 성스럽다 나팔꽃은 하루 한나절을 피었다가 꼬질꼬질 배틀려 떨어지는 꽃 저녁 때 시들기 시작하더니 다음날 아침 자취조차 없어졌다 그러나 빈 자리 그 어떤 덩굴손이나 이파리도 비껴서 갔다 나.. 꽃시 사랑 2011.01.28
무궁화 / 박인걸 꽃시 무궁화 박인걸 화려한 색깔로 뭇 시선을 휘어잡지 못해 라일락 짙은 향처럼 발걸음 멈추게 못해도 순결과 끈기로 한 여름 내내 피는 꽃이여 메마른 박토에서 울창하게 뻗어나지 못하고 흠모할 만한 풍모(風貌)도 없어 크게 주목 받지 못해도 맑은 가슴으로 의리 있게 피는 다홍빛이여 민족의 얼에 어.. 꽃시 사랑 2010.12.27
코스모스 頌 / 박이현 꽃시 코스모스 頌 박이현 코스모스 길을 달린다. 혼자는 연약하고 외롭기에 다보록히 어우러져야 마음이 놓이는건 어쩔수 없음이야. 소소소 가을 기쁨 안고 온 전령 너의 이름은 흔들리는 연민 틀림없는 고향마을의 아느작거림이야 마을 어귀 가로지르는 안개 길 이슬로 젖어드는 치맛자락 그때도 넌 지금.. 꽃시 사랑 2010.12.22
찔레꽃의 전설 / 최영희 꽃시 찔레꽃의 전설 최영희 봄이면 산과 들에 하얗게 피어나는 찔레꽃 고려시대 몽고족에 공녀로 끌려간 찔레라는 소녀가 있었다네 십 여년 만에 고향 찾은 찔레 소녀 흩어진 가족을 찾아 산이며 들이며 헤매다 죽고 말았다네 그 자리에 피어난 하얀 꽃 그리움은 가시가 되고 마음은 하얀 꽃잎, 눈물은 빨.. 꽃시 사랑 2010.12.09
아카시아 꽃 / 박인걸 꽃시 아카시아 꽃 박 인 걸 가시에 찔리며 피었기에 속살은 더욱 희고 萬苦의 아픔을 견디었기에 꿀은 더욱 단가보다. 속으로 곪은 가슴에서 내뿜는 짙은 향이기에 온갖 벌 나비를 취하게 하는가 보다. 인고의 세월을 보내며 한 뜸 한 뜸 떠내려가던 나의 어머니 이불 보 자수(刺繡)로 새긴 꽃이여 바라만 보.. 꽃시 사랑 2010.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