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신사임당(申師任堂)의 <이백(李白) 詩가 담긴 이곡산수병(二谷山水屛)>

박남량 narciso 2017. 6. 26. 07:03


우리 미술관 옛그림


신사임당(申師任堂)  <이백(李白) 詩가 담긴 이곡산수병(二谷山水屛)> 



조선 중기의 문인이자 시인이었던 신사임당(申師任堂 1504-1551)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서 어린 소녀인 사임당(師任堂)이 외할아버지 이사온에게 "저도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요."라고 말합니다. 이 말에 외할아버지 이사온이 "그림이라니. 어떤 그림 말이냐?"가 묻자, 안견의 산수도 화첩을 가리키며 "여기 이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이백(李白) 詩가 담긴 이곡산수병(二谷山水屛)은 서산 너머로 지는 해를 그리고 시원하게 펼쳐진 넓은 바다에 외롭게 떠가는 돛단배를 그렸습니다. 물결을 잔잔하게 표현하였으니 바람이 없었나 봅니다. 돛단배 또한 느리다 보니 돛단배가 지나간 자리에 물결이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밝은 해가 서산에 걸릴 무렵 해무리가 졌습니다. 해무리가 졌다는 것은 날씨가 좋지 않으려는 징조입니다. 해는 지려 하는데 배를 댈 만한 포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앞만 바라보고 있는 사공의 모습에서 애타는 심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사임당의 속 깊은 눈썰미에 탄복이 절로 나옵니다. 잔잔한 물결이 겹쳐 보이도록 그물 같은 모양으로 표현한 것은 사임당 산수도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기법으로 실제 일어나는 현상을 시각적 관점에서 예리하게 관찰한 결과라고 합니다.

그림의 화제(畵題)는 이백(李白 705-761)의 送張舍人之江東(송장사인지강동) 곧 장사인이 강동으로 떠나는 것을 전송하다라는 뜻이 담긴 시(詩)의 일부입니다.


送張舍人之江東

장사인이 강동으로 떠나는 것을 전송하다 - 李白


張翰江東去(장한강동거)
正值秋風時(정치추풍시)

<화제(畵題)>
天清一雁遠(천청일안원)
海闊孤帆遲(해활고범지)
白日行欲暮(백일행욕모)
滄波杳難期(창파묘난기)

吳洲如見月(오주여견월)
千里幸相思(천리행상사)


사인 장한이 강동을 떠나는데
마침 싸늘한 가을 바람이 불어온다

갠 하늘에 기러기 한 마리 멀리 날고
확 트인 바다 위 외로운 돛단배 천천히 떠간다
밝은 해 바야흐로 저물어가고
푸른 물결 아득하여 기약이 어렵네

가시는 오나라 지방에서 저 달을 보면
천리 멀리 사는 나를 생각해 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