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김득신의 파적도(破寂圖)

박남량 narciso 2016. 5. 27. 10:42


우리 미술관 옛그림


김득신(金得臣 1754-1822) <파적도(破寂圖) 야묘도추(野猫盜雛)>


따뜻한 봄볕이 내래쬐는 어느 날, 툇마루에서 자리를 치던 노경의 한 부부 앞에서 아껴 키우는 병아리를 들고양기가 물고 달아나는 급박한 상황을 너무나도 실감나게 묘사한 그림입니다. 여유로운 한 낮에 일어난 급작스러운 사태로 고요함이 깨뜨려졌다고 하여 파적(破寂)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들고양이 한 마리가 병아리를 낚아채 도망가고 있기 때문에 야묘도추(野猫盜雛)라고도 합니다.

마음이 너무 급했는지 홀라당 벗어진 탕건, 내던져진 자리틀로 보아 상황이 얼마나 급박한지 알 수 있습니다. 맨발로 뛰어나온 안주인은 병아리보다는 마루에서 떨어지는 남편이 걱정스러운 듯 안절부절입니다. 안주인의 벗은 발 모습이나 영감의 버선발 맵시도 대조적입니다. 안주인의 얼굴 표정을 보고 있으면 웃는 상인지 우슨 상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울 만큼 구수하면서도 친근감이 가는 우리네 시골 아주머니 얼굴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깜짝 졸아 눈이 휘둥그래진 어미닭은 홰를 치며 소리를 지르며 필사적으로 새끼를 구하려고 덤벼들고, 뒤를 돌아보는 고양이를 쫓아 영감은 긴 장죽을 치켜들고 사뭇 툇마루에서 굴러떨어지듯 내닫는 풍경이 너무나 서민적이고  익살스러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바람에 돗자리를 짜던 기구가 통째로 마당으로 쓰러졌습니다. 아마 방금 전까지 긴 담뱃대를 빨며 느긋하게 돗자리를 짜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혼비백산 달아나는 병아리 등 생생한 상황 묘사가 절묘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쫓는 사람과 고양이의 표정이 실제 모습과 똑같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