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늙은이에게 물어보면 허물을 저지르는 법이 없습니다

박남량 narciso 2016. 6. 20. 13:27


늙은이에게 물어보면 허물을 저지르는 법이 없습니다


늙은 쥐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물건을 훔치는 데 귀신 같은 재주를 지닌 쥐였습니다. 하지만 점차 눈이 어두워지고 기력이 쇠진해져서 혼자 힘으로는 돌아다닐 수조차 없게 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젊은 쥐들이 늙은 쥐를 찾아가 숙달된 기술을 가르쳐주면 훔친 것을 나누어주겠다고 하였습니다. 늙은 쥐는 흔쾌히 응했습니다. 그러나 얼마후 젊은 쥐들은 늙은 쥐를 따돌렸습니다.

"이제는 늙은 쥐의 재주를 다 배웠으니 더 이상 음식을 나누어줄 필요가 없겠다."

늙은 쥐는 젊은 쥐들의 배신에 분을 품었으나 어쩔 방도가 없었습니다. 어느 날 저녁, 시골 아낙네가 세 발 달린 솥에 밥을 해서 돌로 솥뚜껑을 꼭 눌러두고 마을로 나갔습니다. 젊은 쥐들은 그 밥을 훔쳐먹고 싶었으나 꾀를 생각해 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한 마리의 쥐가 제안을 하였습니다.

"늙은 쥐한테 물어보는 게 좋겠다."

다른 쥐들도 모두 좋다고 하였습니다. 젊은 쥐들은 늙은 쥐를 찾아가 방법을 물었습니다. 그간의 울분을 참아온 늙은 쥐는 화를 내며 젊은 쥐들을 꾸짖었습니다.

"너희 놈들은 내 기술을 배워 배불리 먹으면서도 나한테는 음식을 나누어주지 않았다. 그러니 이제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저희들이 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지난 일을 따져본들 어찌하겠습니까? 앞으로나 잘 하게 부디 가르쳐주십시오."

젊은 쥐들은 거듭 절하며 사죄를 하였습니다. 그제서야 늙은 쥐는 화를 풀고 알려주었습니다.

"솥에는 다리가 셋 달렸다. 그 중 한쪽 다리 밑의 흙을 파면 솥이 쓰러질 것이니, 밥도 저절로 땅에 떨어질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젊은 쥐들은 즉시 달려가 흙을 팠습니다. 과연 늙은 쥐의 말과 같았습니다. 젊은 쥐들은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늙은 쥐에게도 넉넉히 나누어주었습니다.

조선 중기의 학자인 태촌(泰村) 고상안(高尙顔 1553-1623)의 효빈잡기(效嚬雜記)에 실린 늙은 쥐의 지혜(老鼠의 智慧)를 인용하여 나누는 글입니다. 이 글은 경험 있는 자들이 봉황의 울음 같은 말을 해주어도 그것을 단지 꾸지람으로만 생각하는 젊은이들의 세태를 한탄하고 있는 글입니다. 미물(微物)들을 보아도 저와 같은데 하물며 사람들이 그와 같지 못함을 꼬집고 있는 것입니다.

"경험이란 헤아릴 수 없는 값을 치룬 보물이다." 세익스피어의 말입니다. 경험은 최고의 스승입니다. 듣는 것도 보는 것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체험함으로써 얻어진 값진 경험은 일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참된 길잡이가 되어 줍니다. 경험 있는 자의 말을 살피고 가려 들어 내 삶을 살찌울 수 있다면 얼마나 복된 일이겠습니까.

前車覆轍 後車之戒(전차복철 후차지계)라는 말이 있습니다. 전한(前漢) 5대 황제인 문제(文帝 BC202 - BC157) 때 가의(賈誼 BC210 - BC168)라는 명신이 있었습니다. 그는 문제(文帝)가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데 크게 기여한 공신입니다. 그가 올린 글에 있는 구절입니다.

"속담에 앞수레의 엎어진 바퀴자국은 뒷수레를 위한 교훈이란 말이 있습니다. 전 왕조인 진(秦)나라가 일찍 멸망한 까닭은 잘 알려진 일이온데 만약 진(秦)나라가 범한 과오를 피하지 않는다면 그 전철(前轍)을 밟게 될 뿐이옵니다. 국가 존망, 치란(治亂)의 열쇠가 실로 여기에 있습니다."

성경에서도 어른들의 경험을 중요시하면서 이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어떤 과부에게 자녀나 손자들이 있으면, 그들은 먼저 자기 가정에 헌신하고 어버이에게 보답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하느님 마음에 드는 일입니다"(1티모 5,4). <그림: 다대 아시안게임공원 가로등에 앉은 일곱 마리 갈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