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가짜가 진짜를 어지럽히고 거짓이 진실을 뒤흔든다는 고사성어 이가난진(以假亂眞)

박남량 narciso 2023. 5. 6. 08:08

가짜가 진짜를 어지럽히고 거짓이 진실을 뒤흔든다는 고사성어 이가난진(以假亂眞)



중국 북송(北宋) 시대의 학자이자 제일의 서예가인 미불(米芾 1051-1107)은 글씨뿐만 아니라 그림도 잘 그렸으며 시문(詩文)에도 뛰어났다. 당시 서화(書畵)를 좋아하던 송 휘종(宋 徽宗 1082-1135)은 미불이 서화에 아주 뛰어난 점을 총애하여 그를 불러 서화학박사라는 벼슬을 주어 자주 접견하여 서화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간혹 옛날 서화나 골동품에 대한 감정을 의뢰하기도 했다.

미불(米芾)은 휘종(徽宗)이 옛날 서화를 감정 의뢰하면 집에 가져가서 자세히 보아야 합니다라고 하고는 집에 가져와서 원본은 자기가 하고 자기가 모조한 그림을 임금에게 돌려주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면 서화에 조예가 깊은 휘종이라도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고 한다.

진짜와 가짜의 판별이 이렇게 어렵다. 중국에는 진짜를 능가하는 가짜가 판을 친다. 북경고궁박물관(北京故宮博物館)에 소장되어 있는 원()나라 조맹부(趙孟頫 1254-1322)가 쓴 육체천자문(六體千字文)800년 이상 조맹부의 친필 진본으로 역대 서예가들이 믿어 왔으나, 1990년대 들어와 북경사범대학 계공(啓功) 교수에 의하여 가짜인 것으로 최종 감정결과가 나왔다.

가짜의 유래는 정말 오래 되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에는 중국 전역이 많은 나라들로 나뉘어져 있어 침략전쟁과 그에 따른 보복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전쟁에 이긴 강대국이 약소국에게 왕실에서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을 바치도록 했다고 한다. 약소국은 강대국의 뜻을 거스를 수 없어 모조품을 만들어 바치기도 했다고 한다.

전한(前漢)의 역사를 서술한 역사서인 한서(漢書)를 편찬한 반고(班固)가 중국 전한 말기의 관료이자 신()나라의 황제로, ()나라를 들어먹은 왕망(王莽 BC45-BC23))을 평한 말이 이가난진(以假亂眞)이다. 거짓으로 진실을 어지럽힌다는 뜻이다. 전한 말기에는 권모술수와 혹세무민이 독버섯처럼 자라고 거짓은 난무하고 모두가 옳다고 여기며 상식이 파괴되는 시기다. 지금은 어떨까? 크게 다르지 않다. 어쩌면 더할지 모르겠다. 거짓은 SNS를 타고 광속으로 번져가는 시대이니 헌법과 법치, 민주주의 가치를 깃털보다 가볍게 여기면서 정치 권력은 폭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나라를 들어먹은 왕망(王莽)을 평한 말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이가난진(以假亂眞)이다.

이가난진(以假亂眞)이란 거짓으로 진실을 어지럽힌다는 뜻으로, 가짜가 진짜를 어지럽히고 거짓이 진실을 뒤흔다는 말이다. 이위난진(亂眞)도 같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