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이 세상에 내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요

박남량 narciso 2019. 2. 15. 15:11


이 세상에 내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요



옛날 중국에 원정목(爰旌目)이라는 사내가 있었습니다. 어느 곳으로 가는 도중에 배가 고파 길에서 쓰러졌습니다. 그때 호보(狐父)라는 마을에 사는 구(丘)라는 도적이 있었는데 그가 이 모습을 보고 가지고 있던 죽이 담긴 호리병을 기울여 그에게 먹였습니다.

원정목은 세 모금을 삼키고 나서야 사람을 알아볼 수 있어 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무엇하는 사람입니까?"

그가 대답하기를,
"나는 호보(狐父)라는 마을에 사는 사람으로 이름은 '구(丘)'라고 합니다.

그러자 원정목(爰旌目)이 갑자기 노기에 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당신은 도적이 아니오? 왜 내게 먹을 것을 주었소? 나는 정의밖에 모르는 사람이므로 도적의 음식을 먹을 수 없소."

말을 마치더니 원정목(爰旌目)은 두 손으로 땅을 집고 삼킨 죽을 토하려고 했는데, 토해지지 않자, 음식물이 목에 걸리는 바람에 계속 캑캑거리다가 숨이 막혀 땅에 쓰러져 죽고 말았습니다.

東方有人焉曰爰旌目(동방유인언왈원정목) 將有適也(장유적야) 而餓於道(이아어도) 狐父之盜曰丘(호보지도왈구) 見而下壺餐以餔之(견이하호찬이포지) 爰旌目三餔而後能視(원정목삼포이후능시) 子何爲者也(자하위자야) 曰(왈) 我狐父之人丘也(아호보지인구야) 爰旌目曰(원정목왈) 譆(희) 汝非盜耶(여비도야) 胡爲而食我(호위이사아) 吾義不食子之食也(오의불식자지식야) 兩手據地而吐之(양수거지이토지) 不出(불출) 喀喀然遂伏而死(객객연수복이사)


여씨춘추(呂氏春秋)에 실린 글(介立)입니다. 의(義)를 바탕으로 삼는 군자가 제아무리 곤경에 처했다하나 어찌 의(義)와 예(禮)를 배반하는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 세상에 내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싶지만 원정목(爰旌目)은 아무리 배가 고파 굶어 죽게 되었을지언정 도적이 주는 음식을 먹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결국 모두 토하려고 하다가 죽었습니다. 이 역시 불의에 절대 가까이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에서 나온 것입니다. 죽음을 택할지언정 진리(眞理)에 맞는 올바른 도리(道理) 곧 정의(正義)를 굳게 지킨 예(例)로써 많이 알려진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