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겸재(謙齋) 정선(鄭敾)의 홍료추선(紅蓼秋蟬)

박남량 narciso 2018. 9. 19. 13:41


우리 미술관 옛그림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  홍료추선(紅蓼秋蟬)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의 홍료추선(紅蓼秋蟬)입니다. 말 그대로 홍료(紅蓼) 즉 여뀌와 여뀌 줄기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가을 매미가 그려져 있는 그림입니다. 매미는 마치 살아 있는 듯 생생하여 시원한 매미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벼 이삭 같이 생긴 붉은 꽃타래를 매달고 있는 여뀌꽃 위에 매미 한 마리가 깃들려 있는 모습을 담은 초충도(草蟲圖)입니다.가 휘어진 여뀌는 가을 강변에 많았다고 합니다.

여뀌꽃은 꽃인지 열매인지 모를 정도로 작은 봉오리들을 다닥다닥 매단 채 꽃을 피우는 야생초입니다. 여뀌는 꽃이 작고 향기도 거의 없습니다. 여뀌는 진짜 꽃봉오리와 가짜 꽃봉오리를 매답니다. 가짜 꽃이 진짜 꽃보다 많고 색깔도 더 짙고 예쁩니다. 여뀌를 잔뜩 뜯어다가 돌로 찧어 그 즙으로 물고기를 잡았다고 합니다.

여뀌는 들의 습한 곳에서 사는 아주 흔한 풀로서, 일본에서는 신석기 시대 고분에서 나온 여뀌 씨앗을 싹틔우는데 성공한 예가 있을정도로 아주 생명력이 강합니다. 분홍색의 벼이삭 비슷한 꽃을 피웁니다. 이 여뀌를 료(蓼)라고 읽는데 이것이 마칠 료(了)와 발음이 같으므로 '학업을 마치다'의 뜻으로 쓰입니다.


진(晉)나라 육운(陸雲 262-303)은 그의 한성부(寒蟬賦)의 서문(序文)에서 매미가 문(文), 청(淸), 염(廉), 검(儉), 신(信) 등 오덕(五德)을 갖추었다고 했습니다. 매미는 관(冠)의 끈이 늘어진 형상이기에 글(文)을 읽어야 하고, 이슬을 먹기에 선비의 청렴(淸廉)을 지녔고, 거처할 곳을 마련하지 않기에 검소(儉)하고, 때맞춰 죽음을 맞기에 신의(信義)를 지녔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매미의 다섯 가지 좋은 점이라고 합니다. 매미의 삶의 형태와 그 생김새로부터 군자지도(君子之道)를 읽어낸 선비들은 군자(君子)를 상징하는 매미를 시문(詩文)과 그림의 소재로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또 매미는 청빈함과 인품의 고결함을 나타내 예부터 벼슬아치들에게 매미 날개 모양의 익선관(翼蟬冠)을 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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