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채용신(蔡龍臣)의 <화조도(花鳥圖) 메추리(鵪鶉)>

박남량 narciso 2017. 8. 7. 13:51


우리 미술관 옛그림

채용신(蔡龍臣 1848-1941) <화조도(花鳥圖) 메추리(鵪鶉)>



조선 말기의 화가 채용신(蔡龍臣 1848-1941)이 그린 화조 6폭 병풍의 한 폭인 메추리가 그려진 화조도(花鳥圖)로 국순도(菊鶉圖)입니다. 가을을 상징하는 국화꽃 아래 구절초가 피어 있습니다. 그 사이에 다정한 메추리 두 마리가 서 있습니다. 메추리 그림에서 두 마리가 함께 그려지는 것은 한번 정한 짝을 바꾸지 않는 이 새의 성질에 바탕을 둔 것으로 부부를 나타냅니다.

메추리의 한자(漢字)이름은 암순(鵪鶉)입니다. 메추리의 암(鵪)과 편안할 안(安)이 중국식 한자어 발음으로 동음동성입니다. 메추리는 꿩과에 속하는 작은 새로 성질이 순박합니다. 얕은 풀밭에 숨어 사는데 일정한 거처는 없지만 정한 짝이 있습니다. 어디서든 만족하며 사는 새입니다. 장자가 말한 성인순거(聖人鶉居)라는 말이 이를 일컫는 말입니다. 그래서 메추리는 안분자족(安分自足)의 마음, 안빈낙도(安貧樂道)의 모습을 상징합니다.  


메추리는 보통 조(粟), 여귀꽃, 국화와 함께 그려집니다.
조(粟)는 당나라 이신(李紳)이 고풍(古風)이란 시에서 "春種一粒粟(춘종일입속)  秋成萬顆子(추성만과자) 봄날 한 알의 조를 심어서 가을에는 만 알의 결실을 얻네."라고 하여 조(粟)는 풍성한 결실을 의미하고 한 알의 씨앗이 일만 개의 열매로 맺어지듯 자식을 많이 낳아 풍성하고 넉넉한 삶을 누리라는 의미를 갖고 편안하고 화락하고 복을 누리라는 축원을 갖고 있습니다. 조와 함께 메추리가 그려진 그림을 흔히 안화도(安和圖)라고 합니다.

여귀꽃은 요화(了花)라고 불립니다. 요화(了花)는 마칠 요(了)의 의미를 가져 메추리와 함께 그려질 때 벼슬을 마친 시기, 만녕에 편안하게 지내시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국화(菊花)는 국(菊)이 거처한다는 거(居)와 중국 한자어 발음으로 동음이기 때문에 머물 거(居)의 뜻이 있어 메추리와 함께 그려지면 안거(安居) 즉 편안하게 지내시라는 축원의 의미가 있습니다. 메추리와 국화를 함께 그리면 암국도(鵪菊圖)인데 발음상으로 안거도(安居圖)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