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성령의 감동을 받아 전하는 말을 멸시하지 마십시오

박남량 narciso 2017. 1. 30. 12:06


성령의 감동을 받아 전하는 말을 멸시하지 마십시오



옛날에 담을 마주하고 사는 자매가 있었습니다. 이름은 론다와 베티 루입니다. 자매들이 대개 그렇듯 둘은 많은 점에서 닮았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론다는 일상에서 생기는 극히 사소한 기쁨에 대해서도 하느님께 늘 감사하는 반면, 베티 루는 모든 걸 당연시하면서 하느님이 은혜에 감사하는 걸 쓸데없는 일로 치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론다가 발작을 일으키더니 그 후로는 신체가 부분적으로 마비되었습니다. 그래도 그녀는 자기 운명에 대해 불평을 하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다달이 몸에서 힘이 조금씩 더 빠져나가는데도 늘 명랑했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할 수 있는 몇 가지 간단한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던 그녀가 하느님께 마지막으로 "감사합니다." 하고는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론다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동생 베티 루에게 천국에 도착하는 대로 그녀를 방문하겠노라고 약속했습니다. 그녀는 약속에 어긋나지 않게 죽은 바로 다음날 밤 동생의 꿈 속에 나타났습니다. 당연히 베티 루는 언니가 그렇게 빨리 천국에 도착했다는 게 몹시 놀라웠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어렸을 적부터 늘 품고 있었던 질문을 하나 했습니다. 그녀는 물었습니다.

"언니, 천국은 어떻게 생겼어?"

론다는 동생의 호기심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천국은 오랜 "감사합니다."와 같은 거야."
"무슨 뜻이야?"
"네 인생을 되돌아보면 하느님께서 수만 가지 방법으로 너를 당신 가까이로 이끄시려 애쓰셨다는 걸 알 거야. 영원을 두고도 네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하느님께 감사할 수 없다는 걸 느끼게 돼."

베티 루가 곰곰이 생각에 잠기며 알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잠시 말이 없었습니다. 그때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렇다면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뭐지?"
"'감사합니다.'하고 말하는 거야."
"그뿐이야?"
"그게 전부야. 베티. 단 하루만 그렇게 해봐. 모든 일에 '감사합니다.' 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돼. 그러니까 고통과 슬픔, 걱정과 실망을 포함해서 그 모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것 말이야."

이 말을 마지막으로 론다는 사라지고 베티만 혼자 남아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이리하여 그 다음 날부터 그녀는 언니의 조언을 따르고자 무진 애를 썼습니다. 그녀는 점차 생활 속에서 깨달아 감에 따라 온종일 하느님의 작은 선물 하나하나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내려 노력했습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론다 언니의 늘 감사하던 자세를 떠올리면 큰 힘을 얻어 그녀는 오랫동안 회심의 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몇 년을 노력한 끝에 그녀는 마침내 온종일 "감사합니다."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녀는 그날 밤 잠자리에서 평화롭게 죽었습니다. 천국의 문에 도달했을 때 모든 문은 이미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그 문을 들어섰을 때 그녀는 하느님이 곁에 론다를 동반하고 자기를 향해 오시는 걸 보았습니다. 말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워지기 전에 하느님은 론다에게 짖궂게 물으셨습니다. 동생의 첫마디가 무엇이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 앤 '감사합니다. 주님.'이라고 할 거예요. 제가 틀리지 않는다면 말이예요."
"글쎄. 어디 네가 맞는지 보자꾸나."

그러고는 하느님은 베티 루에게 다가와 말할 수 없이 부드럽게 그녀를 안아 주셨습니다. 하느님이 그녀에게 물으셨습니다.

"천국에 왔으니 무엇을 하고 싶으냐. 사랑스런 아이야?"

베티는 당신의 눈에 어린 무한한 사랑을 보았습니다. 그녀는 지금 단 한 가지 바람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님!"

그녀의 소박한 대답이었습니다. 예수회 신부님이신 닐 기유메트(Nil Guillemette)의 저서인 <떠오르는 태양(Rising Sun)>에 실린 하느님께 다가가게 해주는 짧은 이야기 중 하나인 마니피캇(Magnificat)을 인용하였습니다. 마니피캇(Magnificat)은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루카 1,46)로 시작하는 찬미가입니다.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의 권고를 나눕니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성령의 불을 끄지 마십시오. 예언을 업신여기지 마십시오."(1테살 5,16-20) 
<꽃사진: 카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