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자신의 몸을 해치지 말고 돌아가게 해 달라는 고사성어 원사해골(願賜骸骨)

박남량 narciso 2017. 1. 4. 14:49


자신의 몸을 해치지 말고 돌아가게 해 달라는 고사성어 원사해골(願賜骸骨)



초(楚)나라 군사의 공격으로 형양(滎陽)까지 쫓겨온 한(漢)나라 유방(劉邦)이 식량까지 떨어지자 길 양쪽을 담으로 쌓아 용도(甬道)를 만들고는 그것을 황하까지 이어 창고에 있는 식량을 운반해 왔다. 그러나 항우(項羽)가 자주 이 용도(甬道)를 습격해와 마침내 그 길마저 끊기게 되었다.

이에 겁이 난 유방(劉邦)은 사람을 항우(項羽)에게 보내 화친을 청하면서 형양(滎陽)의 서쪽의 땅만이라도 돌려달라고 제안을 했다. 항우(項羽)는 이를 받아들이려 했지만 신하인 범증(范增)이 반대를 하며 이렇게 간했다.

"지금의 한(漢)나라는 다루기 쉬운 상대입니다. 이때 형양(滎陽)의 서쪽 땅을 뺏지 않으면 뒷날 반드시 후회하게 됩니다."

항우(項羽)는 범증(范增)의 말에 동의하고  형양(滎陽)을 포위했다. 이에 다급해진 유방(劉邦)은 형양(滎陽) 땅을 내어주겠다는 조건으로 화친을 청했으나 항우(項羽)가 이를 듣지 않고 더욱 공세를 펼치자 유방(劉邦)은 진평(陳平)이란 참모에게 살아날 방법을 물었다. 이에 진평(陳平)은 이렇게 건의했다.

"항우의 마음을 돌릴 사람은 아부(亞父)인 종리매(鐘離昧)와 그밖의 몇 사람뿐입니다. 임금께서는 당장 큰 돈을 뿌려서 그들 군사 사이를 반목시키십시오. 항우는 본래 의심과 질투가 많아서 남이 헐뜯는 소리를 잘 듣습니다. 그렇게 되면 초나라는 내부로부터 허물어지고 말 것입니다."

이에 유방(劉邦)은 곧 황금 4만 금을 진평(陳平)에게 주었고, 진평(陳平)은 많은 간자(間者=간첩)를 초나라로 보냈다. 그리고는 "종리매 장군은 공적이 많은 훌륭한 사람인데 소홀히 대우하여 항우에게 원한을 품고 한왕 유방과 내통한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그러나 항우(項羽)는 종리매(鐘離昧)를 워낙 믿었기 때문에 약간의 의심이 들기는 했지만 아주 불신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항우(項羽)가  유방(劉邦)에게 사람을 보낸 일이 있었는데 유방(劉邦)은 진평(陳平)의 계책대로 그 사신을 최상의 요리로 대접하다가 "그대는 종리매의 사신이 아니고 항우의 사신이란 말인가?" 하고는 낮추어 대접하여 돌려 보냈다.

항우(項羽)는 돌아온 사신의 보고를 듣고 종리매(鐘離昧)는 물론 범증(范增)까지 의심하여 권한을 축소시켜 버렸다. 이런 상황을 알아차린 범증(范增)은 항우(項羽)에게 이렇게 말하고 자리를 물러나와 고향인 팽성(彭城)으로 가는 도중 75세의 나이로 병으로 죽고 말았다.

"이제 천하는 잘 다스려지고 있습니다. 뒷일은 임금 스스로 처리하셔도 될 만하니 願賜骸骨(원사해골) 저는 해골을 돌려 받들고 한낱 졸병이 되어 돌아가겠습니다."


사기(史記) 항우본기(項羽本記)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원사해골(願賜骸骨)이다.

원사해골(願賜骸骨)이란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했던 임금에게 이제는 할 일이 없어졌으니 나의 뼈를 돌려주십시오하고 사퇴를 바라는 뜻으로 재상이 나이가 들어 조정에 나오지 못하게 되었을 때 임금에게 모든 관직에서 물러나기를 주청하는 말이다. 즉 자신의 몸을 해치지 말고 돌아가게 해 달라는 말이다. 걸해골(乞骸骨)로 쓰기도 한다.<꽃사진:익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