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신윤복의 <노상탁발(路上托鉢)>

박남량 narciso 2016. 12. 30. 14:20


우리 미술관 옛그림

신윤복(申潤福 1758- ? )  <노상탁발(路上托鉢)>



혜원(惠園) 신윤복(申潤福 1758- ? )
 노상탁발(路上托鉢)은 말 그대로 승려들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시주받는 것을 말합니다. 그림에 보이는 큰 북은 법고(法鼓)라고 합니다. 불교에서는 아침,저녁 예불 때 사용하는 네 가지 불구(佛具)가 있는데 이를 불전사물(佛殿四物)이라고 합니다. 불전사물(佛殿四物)은 범종(梵鐘), 법고(法鼓), 목어(木魚), 운판(雲版)이 있습니다. 법고(法鼓)는 아침과 저녁에 부처님에게 예를 올릴 때 두드리게 됩니다. 길 가는 사람들에게 탁발(托鉢)을 하기 위해 법고(法鼓)를 갖고 나온 모양입니다.

그림에서 승려들은 모두 네 사람입니다. 법고(法鼓)를 두드리는 사람은 머리를 깍았으나, 목탁을 치는 사람은 탕건을 쓰고 있으며, 괭과리를 치는 사람은 패랭이를 썼습니다. 고깔을 쓰고 고개를 숙여 절하는 사람은 고깔로 머리에 대해서는 알 수 없으나 손에 부적 같은 것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승려들도 평소에는 일반 백성들이 입는 옷과 같았다고 하나, 거리에서 하는 탁발(托鉢)인데 승려들이 입는 소매가 넓고 길이가 긴 장삼이나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아래로 걸쳐 입는 가사를 갖추지 않은 것을 보아 승려의 모습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승려도 아니고 일반 서민도 아닌 사람들을 거사(居士)라고 하였는데, 이들도 광대같이 북과 징을 울리며 입으로 염불을 외우면서 부적 같은 것을 팔았다고 전합니다. 당시 절의 살림이 어려워 거사(居士)들에게 거리에서 탁발(托鉢)을 시키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도움도 주는 관계가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임진왜란 이후에는 의지할 곳이 없어 떠돌아다니는 많은 사람들이 절의 도움을 받으면서 이러한 일을 했다고 전합니다.

그림에는 한 무리의 여인네들이 길을 가다가 네 사람의 염불소리, 북소리, 꽹과리 소리에 주머니를 뒤적이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여인 가운데 흰색의 장옷을 입은 여인은 겉으로 나온 부분은 흰색이고 안으로 들어간 부분은 푸른색을 띠고 있습니다. 그 옆에 장옷을 머리에 이고 있는 여인도 윗부분은 흰색이고 안으로 접혀 들어간 부분은 푸른색일 것입니다. 오른쪽 푸른색 장옷을 쓴 여인의 끝자락은 모두 흰색입니다. 여인들이 입은 장옷의 안감이 흰색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당시 서민들의 생활이 풍족하지 않아 장옷 하나로 평상시와 상을 당했을 때 뒤집어 입으면 되게끔하지 않았을까 하는 설명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래 왼쪽에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선비가 손에 사선(紗扇)을 들고 여인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습니다. 선비가 들고 있는 사선(紗扇)이란 부녀자들과 마주치면 얼굴을 가리려는 목적으로 들고 다니는 부채 모양을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