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세 가지 좋은 일(三善事)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박남량 narciso 2016. 8. 26. 13:27


세 가지 좋은 일(三善事)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신라 48대왕인 경문왕(景文王 846 - 875)은 귀가 하도 길어서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유명한 일화를 남긴 왕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경문황(景文王)은 당나귀 귀 설화의 주인공일 뿐만 아니라 삼선사(三善事) 곧 세 가지 좋은 일이라는 설화를 남긴 왕으로도 유명합니다.

경문왕(景文王)의 이름은 김응렴(金膺廉)이었고 왕위에 오르기 전 그는 화랑이었습니다. 선대의 왕인 헌안왕(憲安王)은 김응렴(金膺廉)을 궁중으로 불러 잔치를 베풀고 물었습니다.

"그대는 화랑으로서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보고 들은 것이 많을 텐데 무슨 특별한 것을 본 것이 있었던고?"

왕의 물음에 김응렴(金膺廉)이 대답했습니다.

"신은 착한 행실이 있는 자 셋을 만났사옵니다."

착한 행실을 가진 자 셋이라고 답을 하는 김응렴(金膺廉)에게 왕은 그게 어떤 사람이더냐고 물었습니다.

"남의 윗자리에 있을 만한 사람이면서도 겸손하여 남의 밑에 있는 사람이 그 하나요, 세력이 있고 부자이면서도 옷차림을 검소하게 한 사람이 그 둘이며, 본래부터 귀하고 세력이 있으면서도 그 위력을 부리지 않는 사람이 그 셋이옵니다."

김응렴(金膺廉)의 말을 들은 헌안왕(憲安王)은 김응렴(金膺廉)이 매우 어질다는 것을 알고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나에게 두 딸이 있는데 그 중 하나를 그대에게 시집보내리라. 어느 딸을 선택하겠는고?"

왕의 두 공주 중 맏이는 못생겼고 둘째는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김응렴(金膺廉)은 집에 돌아와 노모에게 여쭈었습니다.

"어머니, 어느 공주님께 장가들까요."

어머니는 불문곡직, 아름다운 둘째 공주에게 장가들어야지 무슨 소리냐고 했습니다. 그러나 평소 그를 가까이 하고 있던 스님 범교사는 못생긴 맏공주에게 장가들라고 조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김응렴(金膺廉)은 스님 말대로 못생긴 첫째 공주를 아내로 맞아들였습니다.

그런데 공주한테 장가든지 석 달 만에 헌안왕의 병이 위독해져 신하들은 불러 유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내게는 자식이 없으니 내가 죽은 뒤에 왕위는 맏사위인 응렴이어야 할 것이니라!"

왕이 돌아가시자 유언대로 김응렴(金膺廉)이 왕위에 오르니 그가 바로 경문왕(景文王)이었습니다. 그때 스님 범교사는 경문왕(景文王) 앞에 나아가 아뢰었습니다.

"대왕이시여, 폐하에게는 세 가지 아름다운 일이 이루어졌습니다. 맏공주에게 장가 드셨기에 왕위에 오르실 수 있었고, 둘째로 예전에 흠모하셨던 둘째 공주에게 쉽게 장가들 수 있게 되었으며, 셋째 맏공주에게 장가들었으므로 선왕과 왕후마마를 기쁘게 하셨습니다."

이래서 김응렴(金膺廉)은 둘째 공주마저 제2부인으로 맞아들이니 좋은 행실을 가진 세 가지 사람을 건의했다가 자신이 아름다운 일 세 가지를 얻을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이를 본받아 유능해도 겸양하게 자리를 양보하고 잘 살거나 세력이 있는데도 검소한데다 오만을 부리지 않는다면 세상이 얼마나 평안하겠습니까. 한여름밤의 고전 산책(샘터 2004)에서 인용한 글입니다.

겸손이란 무엇일까? 자신을 낮은 자리에 두고 자신을 낮은 곳에 앉히는 것입니다. 만약 사람이 하느님은 위대하지만 나는 보잘것없고 하느님이 아니었다면 나는 태어나지도 자라지도 못했을 것이고, 현명할 수도 지덕(知德)이 더없이 뛰어나고 사리(事理)에 완전히 통할 수도 없었을 것임을 생각한다면 그의 마음은 하느님에게 겸손해지고 나아가 남들에게도 겸손해질 것입니다.. 이것이 겸손입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St. Augustinus 354 - 430)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겸손에서 잠시라도 떨어져서는 안된다. 겸손은 선을 안내하여 선을 이끌어 오는 것이고, 선과 짝하여 선을 굳게 하는 것이며, 선과 동행하여 선을 감싸주는 것이다. 그러니 만약 겸손에서 잠시라도 떨어진다면 교만이 장차 틈을 타고 들어와 나를 완전히 무너뜨릴 것이다."<꽃사진: 아메리칸 블루>